- 들어가며.
우리 사회에서 특정국가 출신의 이민자들과 불법 체류자들은 종종 잠재적 범죄자로 묘사되기도 한다. 오랜 이민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유사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미국에서 이민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역사는 매우 깊지만,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일부 미국인들은 이민자들에 대한 거부감은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등록 이민(undocumented immigration; 불법체류)의 증가는 실제로 범죄를 증가시킬까?
아니면, 이러한 인식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의 산물일까?
2. 미등록 이민자(불법체류자)들은 폭력적인가?
2005년에서 2010년 사이, 미국의 각 주들에서 300개 이상의 반이민 법률들이 제정되었으며, 일부 법률들은 미등록 이민자들이 보건 등 공공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반이민 정서, 특히 미등록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을 강화시키는 논거 중 한 가지는 미등록 이민자들은 폭력적이며 범죄를 빈번하게 저지른다는 인식이다.
이에,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이 이민과 범죄 간의 관계를 실제 데이터를 활용하여 검증하고자 하였으나, 미등록 이민자들과 범죄와의 관계 검증은 학계에서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연구의 저자들이 찾아낸 유일한 관련 연구에 따르면, 대체로 미등록 이민자들과 폭력 간의 관계가 없으나, 미등록 멕시코인 증가의 경우 폭력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선행연구는 미등록 이민자와 폭력 간의 인과관계를 검증 할 수 있는 엄격한 연구 방법을 활용한 것은 아니었으며, 연구의 저자 또한 분석 상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었다.
3. 불법체류자와 폭력범죄 간의 관계
이 연구의 저자들은 1990년에서 2014년까지 미국 50개주와 워싱턴DC에서 수집된 자료를 활용하여 미등록 이민자와 폭력 간의 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분석하고자 하였다. 저자들은 미국 FBI에서 집계한 범죄통계 자료와 두 개의 민간기관(Center for Migration Studies, Pew Research Center)에서 집계한 미등록 이민자에 대한 자료와 더불어, 통계적인 통제를 위해 인구구성, 실업률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위의 그림에서 X축은 미등록 외국인의 비율을 나타내며, Y축은 폭력범죄율을 나타낸다. 각 점은 특정 연도(Year)에 특정 주(State)가 가지는 미등록 외국인과 폭력범죄율의 값을 의미한다. 즉, 위의 그림은 미등록 외국인 비율과 폭력범죄율 간의 관계를 요약한 것이며, 일반적으로 미등록 외국인의 비율이 증가는 폭력범죄율의 감소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범죄 유형을 구분하여, 살인, 강도, 가중 폭행, 강간과 미등록 외국인 비율 간의 관계 또한 분석하였는데, 결과는 위의 그림과 유사한 패턴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미등록 외국인과 범죄율 간의 관계를 보다 엄격히 검증하기 위하여 다른 사회적인 요인들의 간섭을 통제하고 자료의 특성(종단자료)을 고려하여 추가적인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미등록 외국인은 폭력을 증가시키지 않으며, 미등록 외국인의 증가는 대체로 폭력의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단순상관관계 뿐만 아니라, 엄격한 통계적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역시 미등록 외국인의 증가는 적어도 범죄 증가와는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범죄 감소와의 관계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4. 미등록 외국인 증가와 범죄율 감소에 대한 설명들
논문의 앞 부분으로 돌아가, 미등록 외국인의 증가는 범죄율의 감소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이민자들은 경제적 기회 혹은 교육과 관련한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왔기 때문에, 범죄 문제가 없는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등록 외국인들의 경우, 강제송환 등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범죄 문제가 없는 곳에 거주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는 미등록 외국인의 증가가 범죄를 감소시킨다기 보다는, 범죄가 적은 지역으로 미등록 외국인이 이주한다는 설명이다.
둘째, 경제 불황은 범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는데, 미등록 외국인의 증가는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고 소비를 증가시켜 경제에 기여하기 때문에, 지역의 범죄문제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내국인 혹은 등록외국인들은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하여 사업을 할 수도 있으며, 미등록 외국인을 포함하는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셋째, 이민자의 유입은 이민자 교회와 사교모임과 같은 지역사회 조직이 활력을 가지는데 기여하는데, 미등록 외국인의 증가도 같은 방식으로 지역사회 조직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기여한다. 이들 조직은 사회적 유대와 응집력을 유지하고 개선하여 범죄 문제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넷째, 미등록 외국인의 증가로 인한 내국인들의 범죄 두려움 증가는 경찰의 증원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경찰의 효과성을 증가시키고 가시성을 개선하여 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
이 논문은 이 중 어떠한 설명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지까지는 검증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이 범죄를 증가시킨다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5. 나가며.
이 연구는 미등록 외국인의 증가가 범죄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이 연구는 미국의 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우리의 경우는 다른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다만, 경험적 근거 없이 섣불리 미등록 외국인 집단을 범죄 문제를 연관짓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외국인 집단의 증가는 내국인의 체감 안전도를 낮추기도 하지만, 이 연구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미등록 외국인의 증가는 지역사회의 경제적/사회적 활력을 증가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6. 더하기.
저자들은 1990년에서 2014년 사이의 주-수준(state-level)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메인 분석은 패널회귀분석 고정효과 모형을 사용하였으며, 복수의 미등록 외국인 자료(Center for Migration Studies, Pew Research Center)와 복수의 범죄 자료(UCR, NCVS)를 활용하였으며, 다양한 분석 모형을 활용하여 측정 및 분석 방법에 따른 편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Light, M. T., & Miller, T. (2018). Does undocumented immigration increase violent crime?. Criminology, 56(2), 370-401.
원문 DOI: doi: 10.1111/1745-9125.12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