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아도 되는 부자를 제외하면 오페라 가수, 교수, 공장 노동자, 법조인, 의사, 매춘부이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체 사용의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런데 왜 매춘부는 사회적 오명(stigma)과 법적 제재를 받는 것일까? 누스바움 교수는 이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면서 특정 직업에 대한 사회적 비난은 근거가 있을 수도 있지만 계급적 편견, 인종과 성 차별에 기반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 오페라 가수는 가장 존경받는 직업 중 하나이지만 200년 전만 해도 서양에서는 돈을 받고 공공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몸을 보인다는 이유로 창녀와 동급으로 취급되었다.
누스바움 교수는 매춘 여성을 닭 공장 노동자, 중산층 가정에서 일하는 가정부, 손님의 신청곡을 부르는 밤무대 가수, 강의료와 원고료를 받는 철학 교수, (성적 부대 서비스 없는) 마사지사, 돈을 받고 새로 나오는 결장경 검사기 성능 실험을 받는 사람 등 다른 직종과 비교한다. 이를 통하여 매춘은 건강 리스크, 주로 돈없는 노동계급 여성 종사, 내면의 공개, 체내 물질 삽입 등 다른 직종의 노동에서도 볼 수 있는 측면이 상당히 많은데, 결국 다른 직종과의 확연한 구분은 부정적 고정관념의 유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매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유래는 몇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과거 유럽에서는 교회의 영향으로 혼외 성교는 죄로 여겨졌고 그러한 맥락에서 혼전 섹스나 간통처럼 매춘도 죄악시되었으나 오늘날 혼외 성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많이 바뀌었고, 성매매에 비판적인 페미니스트들도 이러한 도덕주의적 비판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한편, 성 위계(gender hierarchy) 차원에서 매춘이 남성 우월적이기 때문에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근래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지배적 관념이었던 적은 없기 때문에 여기서 매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싹 텄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매춘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남성의 성욕 배출을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하면서도 혼인관계 외에서는 섹슈얼리티가 인정되지 않는 정숙한 여성과 “타락한” 매춘부를 엄격히 구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사회 관념이라 할 수 있다. 즉, 매춘과 혼인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는 상호 보완적인 제도로 매춘의 범죄화와 규제 역시 매춘 여성의 통제라는 맥락에서는 상호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매춘에 대한 기존의 가부장적인 주홍글씨 그 자체는 오늘날 매춘의 합법화를 반대할 정당하거나 합리적 근거로 보기 어려우며, 이는 페미니스트 시각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외에도 매춘의 불법화를 지지할 만한 타당한 근거는 있는 것일까?
누스바움 교수는 매춘 불법화의 근거로 제시되는 다른 요인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논파한다. 매춘에 수반하는 건강 및 폭력 리스크에 대해서는 매춘이 합법화된 네바다 주에서 등록 업소의 매춘 여성은 정기 검진으로 AIDS 발병 사례가 없으며, 매춘 단속은 오히려 매춘 여성을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아 폭력 등에 노출시키는 것이 현실이라 지적한다. 매춘 여성의 주체성 결여 주장에 대해서는 매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노동이 주체성이 결여되며 이러한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육 받지 못한 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라 반박한다. 매춘이 내밀한 신체 부위에 대한 침해를 수반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성인 여성의 자발적 매춘은 강간보다는 돈을 받고 결장경 검사기 성능 실험을 허용하는 사람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성매매가 시장에서 매춘 여성의 섹슈얼리티 상실(alienation)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가수가 노래를 부른다고 목소리를 상실하거나 교수가 강의를 한다고 지성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며, 가정부가 일할 때를 제외하면 자기 집에서 요리나 청소를 할 수 있듯이 역시 일할 때를 제외하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매춘이 남성 우월(dominance)와 여성 종속(subordination)을 고착시킨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혼인 제도가 가부장제를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혼인을 금지시키기보다는 가정폭력과 부부강간 처벌, 부부간 평등한 재산권과 양육권, 이혼 제도 개선이 비례성에 맞는 정책이듯이 매춘 금지보다는 폭행, 포주의 횡포로부터의 보호, 개도국 여성의 인신매매 단속과 선진국에서의 권리 보장 등이 법제도의 바람직한 역할이라 할 수 있으며, 오히려 매춘 금지는 성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하여 권익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어렵게 한다고 반박한다.
매춘부들이 실질적 직업 선택권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1) 납치, 사기 등 범죄행위로 성매매를 하게 된 경우, (2) 아동 매춘, (3) 경제적 선택지가 없는 가난한 성인 여성의 매춘을 구분하여, 첫 두 사례는 여성의 동의가 없는 상태로 단속 대상이지만 세번째 경우는 사회경제적 조건이 근본적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 경우, 매춘 금지보다는 가난한 여성들에게 교육, 취업, 사업자금 대출 등으로 경제적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 정책이며, “페미니스트 사상가들은 융자, 고용에 대해 많이 논하지 않는다(Feminist philosophers do not talk a lot about credit and employment)”고 꼬집는다.
매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워낙 뿌리가 깊기 때문에 누스바움 교수의 주장대로 이성과 논리만으로 사람들이 판단을 내리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현상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윤리 기준의 제시를 통하여 매춘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킨 것은 인정할 만하다. 역사와 법의 역할, 정치경제 구조 등에 대한 폭넓고 깊은 이해 없이 성매매, 성 노동자에 대해 피상적으로 논하는 것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Martha C. Nussbaum, “Whether From Reason Or Prejudice”: Taking Money For Bodily Services, 27 J. Legal Stud. 693 (1998).
https://www.jstor.org/stable/10.1086/468040
핵심단어: 매춘, 성 노동자, 직업, 섹슈얼리티, 페미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