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 주제
일반적인 정치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한 국가의 소득불평등 수준이 심각할수록 국민들은 더 큰 재분배정책을 원하게 된다. 소득분포는 오른쪽으로 꼬리가 치우친 분포를 갖기 때문에 중위(median) 소득은 평균(mean) 소득보다 낮게 되고, 따라서 소득불평등 심화로 평균소득과 중위소득의 격차가 커질수록 중위투표자(median voter)들은 더 큰 재분배정책에 투표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반대의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어 소득불평등이 적은 북유럽 국가에서 재분배 수준이 오히려 높고, 소득불평등이 심한 미국은 재분배 수준이 낮은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논문에서 저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이에 대한 경험적 증거를 제시한다.
2. 연구 내용
논문에서는 우선 그래프를 통해 소득불평등과 정부의 재분배 수준을 비교한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전(before tax and transfer) 소득불평등(가로축)이 심한 국가의 복지 수준(세로축)이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출처: Barth and Moene (2016)
국가 간 비교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만 보더라도 소득불평등 증가 속도가 완만했던 1970년대 중반까지는 복지수준의 증가가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소득불평등이 급속도로 증가한 1970년대 후반 이후에 복지수준은 오히려 정체되었다.

출처: Barth and Moene (2016)
저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 상관관계가 아니라 인과성을 가진다고 주장하였으며, 이론적 모형과 실증분석 결과를 통해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였다. (논문 뒷부분의 실증분석 결과를 먼저 소개하면) 18개 OECD 국가의 1975~2010년 사이 자료, 그리고 내생성을 통제하기 위해 도구변수를 사용한 분석 결과 소득불평등과 복지수준은 서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득불평등이 심해지면 복지수준은 낮아지고, 또한 복지수준이 낮아지면 소득불평등이 심해지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소득이 평등해지면 복지수준이 높아지고, 복지수준이 높아지면 소득이 평등해진다). 여기서 말하는 소득은 세전 소득을 의미하며, 따라서 세금과 복지가 직접적으로 재분배하기 전의 소득이다.
논문의 핵심 부분인 이론 분석에서는 정교한 정치경제학 모형을 이용하여 이러한 현상, 즉 소득(불)평등과 재분배수준 사이의 피드백 효과를 설명하였다.
우선 소득불평등의 감소가 정부의 재분배 수준을 높이게 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실업으로 인한 소득 감소의 위험이 있을 경우 누구나 어느 정도의 보험을 원한다. 국가는 고용보험 실업급여 형태로 실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 실업 위험의 수준이 같다면 소득이 높을수록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좀 더 큰 규모의 보험을 원하게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실업 위험이 낮으며, 소득이 낮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의 실업 위험이 더 크다. 따라서 저소득층이 더 높은 수준의 보호를 요구하게 된다. 어떤 이유로 소득분포가 평균을 중심으로 더 압축되었다고 하자(mean-preserving reduction). 이 경우 평균 소득보다 낮은 사람들의 소득은 높아졌으며, 실직 위험의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소득이 높아지게 되면 더 큰 규모의 보험을 원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오른쪽으로 꼬리가 치우친 소득분포의 특성상 평균 소득보다 낮은 소득을 가진 사람이 과반을 구성하게 되어 이들의 요구대로 정부는 더 높은 수준의 고용보험 및 실업급여를 제공하게 된다.
반대로 재분배 수준의 증가가 세전 소득(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비교적 간단하다. 실직을 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 수준이 높아지면 실직을 한다고 해서 당장 빈곤해지는 것은 아닐 수 있기에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의 복지정책 규모가 클 경우 세후 소득 뿐만 아니라 세전 소득의 불평등도 감소하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가 양방향으로 강화되기 때문에 소득(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또는 정부의 복지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효과를 처음의 1차적인 효과보다 더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이유로 세전 소득이 좀 더 평등해지면 정부의 복지정책이 커지고, 따라서 세전 소득이 더욱 평등해지며, 이는 다시 정부의 복지정책 규모가 커지게 한다. 논문의 실증분석에서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소득(불)평등 또는 복지규모에 영향의 미치는 어떤 요인이 같은 변수에 궁금적으로 미치게 되는 효과의 크기는 이러한 피드백 효과로 인해 (피드백이 없을 경우의 효과보다) 50~80% 정도 더 커지게 된다.
3. 논문의 의미
오늘 소개한 논문은 기존 이론과 현실의 차이, 즉 이론적으로는 소득불평등이 심할수록 재분배 수준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실적으로 소득불평등이 심한 나라의 재분배 수준이 낮은 이유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는 의미가 있다. 기존 논문에서는 세금과 복지수준이 커질 경우 고소득층의 근로의욕이 저하되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줄어 소득불평등이 줄어든다고 설명하여 소득불평등 감소와 경제 전반적인 효율성 사이의 상충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번 논문에서는 고소득층이 아니라 저소득층에 주목하여 그들의 소득을 높일 경우 (또는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어떤 외부적 요인이 발생할 경우) 소득불평등은 줄어드는 동시에 복지규모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rling Barth, Karl Ove Moene; The Equality Multiplier: How Wage Compression and Welfare Empowerment Interact, Journal of the European Economic Association, Volume 14, Issue 5, 1 October 2016, Pages 1011–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