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9일

법적으로 전쟁을 끝내기

2018년 4월 27일 문재인-김정은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종전 선언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전쟁 상태는 법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법적으로 아직 현재 진행형인 것일까?

전쟁 상태(state of war)는 여러 법적 효력이 따른다. 평시에는 국제법상 자유 항행의 원칙에 따라 군사 위협이 없는 외국 선박은 무해 통항권이 인정되지만 전시에는 적국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가 가능하다. 한국은 2005년 북한 선박의 제주 해협 통행을 허용했다가 2010년 천안함 격침 사건 이후 이를 중단했다. 이외에도 교전국 사이의 조약 관계는 물론이고, 민간 부문의 무역이나 계약, 채무 관계도 정지된다. 한편, 대부분의 생명보험은 전시 사망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을 제외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군 가산점도 전시에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군형법의 경우, 전시에는 특정 범죄에 사형이 가능해지고, 탈영죄의 공소시효가 정지되며, 현역 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인 군무원까지 군사재판의 대상이 된다. 사로잡은 적군을 제네바 협약상 전쟁포로 지우를 인정하여 대우할지도 문제가 된다.

법적으로 전쟁은 개별 행위가 아니라 상태(state)를 가리킨다. 즉, 단순히 객관적으로 무력 충돌이 있었다고 해서 법적으로 전쟁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해당국이 전쟁 상태가 존재한다는 주관적 의도(intent)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 같은 재외국민 구출 작전이나 국경 충돌과 같은 소규모 군사 행위는 객관적으로도 “전쟁”으로 보기 어렵지만 한국전, 베트남전과 같이 일반인들이 “전쟁”이라 부르는 대규모 무력 분쟁의 경우에도 정식 선전 포고(declaration of war)가 없었고, 당사국들이 “전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전쟁 상태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된다.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전쟁 선포는 여론의 지지는 물론이고 입법부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정치적 부담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국 정부는 “전쟁”이라는 용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거꾸로 무력 분쟁이 없거나 끝났음에도 전쟁 상태의 존재나 지속을 주장할 수도 있다.

전쟁의 개시 방식과는 무관하게 전쟁의 종식은 군 지휘관들 사이의 정전(armistice)이 아니라 정부 대표들이 합의하는 평화조약(peace agreement)와 같은 정치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경우, 서부전선에서 1918년 11월 11일 정전이 발효되었지만 베르사유 평화조약이 체결 후 발효되기까지 2년 정도가 걸렸으며, 제2차 세계대전의 경우, 일본은 1945년 9월 2일 항복문서에 서명했지만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은 1952년에야 체결 후 발효되었다. 그래서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달리 법적으로 일본과 미국 사이의 전쟁 상태는 1945년이 아닌 1952년에 끝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렇듯 정전은 “교전 중지(cessation of hostilities)”의 효과만 있으며, 평화조약이나 의회 결의와 같은 정치적 절차를 통해서만 “전쟁 종료(termination of war)”가 가능하다는 고전적 국제법 이론은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질 수 있으며, 공식적 평화 회담 없이 전쟁이 끝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 전쟁의 경우,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Armistice Agreement)이 차후 외교 회담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전협정 체결 이후 DMZ가 설치되고, 포로 송환이 있었으며, 미국은 전시 세제 혜택 등을 중단하여 사실상 전쟁은 끝났는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쟁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유연한 규범적 접근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한편, 미국 법원은 군사재판, 보험금 지급 등 관련 사건에서 전쟁 상태의 존재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대체로 행정부와 입법부의 공식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개별 사건에서 지나치게 불합리한 결론을 초래하는 경우, 객관적 사실관계를 중시하여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리기도 해왔다.

이렇듯 순전히 법적인 측면에서는 한국전쟁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종전 선언이나 평화 협정이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한국전쟁의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이 그러한 정치적 조치를 취하기로 한다면 이를 막을 법적 근거는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지난 70여 년간 주한미군이 지급받았던 보험금이 회수되거나 세제 혜택이 소급 적용되는 것과 같은 법적 효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John Alan Cohan, Legal War: When Does It Exist, and When Does It End, Hastings International and Comparative Law Review, Vol. 27 (Winter 2004), pp. 221-318

http://heinonline.org/HOL/LandingPage?handle=hein.journals/hasint27&div=16

신 희석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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