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7일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구조가 붕괴된 경제적 이유

1. 연구 주제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 서구 국가들에서 노동자와 자본가로 고착되어있던 계급구조가 붕괴된다.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계급갈등, 이로 인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계급구조 붕괴의 요인으로 보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는 정치적 불안정, 이로 인한 혁명을 두려워한 자본가들이 어쩔 수 없이 기득권의 일부를 포기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오늘 소개하는 논문에서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갈등이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자연스럽게 계급구조가 붕괴되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당시 유럽국가 및 미국의 구체적 사례, 경제학 이론 모형, 영국의 투표 결과 등을 제시한다.

2. 연구 방법 및 결과

저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개념은 자본과 노동의 보완성이다.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자본가들이 이윤을 늘리기 위해 숙련된 노동자들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크게 상승하면서 자본가와 노동자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결국 계급구조가 무너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산업혁명 초기(1760년~1830년)에는 물적 자본(physical capital)의 축적이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이었다. 따라서 경제성장과 함께 자본이 점점 더 집중되면서 부(wealth)의 불평등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이후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자본가들은 숙련된 노동자들을 더욱 더 원하게 되었다. 자본과 노동의 보완성이 커진 것이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정부에 대한 로비를 통해 공교육 강화를 주장하였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교육수준과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임금도 크게 상승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간 부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계급구조가 자연스럽게 완화된 것이다. 저자는 서구국가들에서 자본가들이 정부에 공교육 강화를 요구한 다양한 역사 사례를 보여준다. 또한 아래 그래프와 같은 역사적 통계 자료를 이용해 본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그래프는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영국의 상황을 나타낸다. 왼쪽 위 그래프는 학교 등록율이다. 19세기 중반 이후 교육을 받는 비율이 급증하게 된다. 오른쪽 위 그래프는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낸다. 19세기 중반까지 불평등이 심화되다가 19세기 후반부터 크게 완화된다. 왼쪽 아래 그래프는 노동자들의 임금, 자본가들의 임대료, 지주들의 지대(토지 임대료)를 보여준다. 19세기 후반부터 자본소득에 비해 노동소득이 훨씬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른쪽 아래 그래프는 임금과 임대료의 상대적 비율이다. 1870년을 100으로 고정하고 상대적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인데 19세기 중반 이후 임대료 대비 임금의 비율이 크게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자들은 경제개발 이론모형을 통해 이 같은 현상을 이론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자본가들이 공교육 강화를 주장했다는 근거를 단순히 역사적 사례 뿐만 아니라 통계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한다. 1902년 영국 의회의 Balfour Act에 대한 의원들의 투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Balfour Act는 국가적으로 교육 시스템을 통합하고 공적 중등교육을 도입하는 법안이다. 자본가들의 특성에 따라, 구체적으로 자본-노동의 보완 정도에 따라 숙련된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성직자와 지주들은 숙련된 노동자들을 통해서 얻을 것이 없는 반면 고도화된 산업 자본가들은 숙련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이다. 분석 결과 기술집약적 산업이 발달한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법안 찬성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본가들이 공교육 강화를 찬성한 증거로 볼 수 있다.

3. 연구의 의미

이 논문은 노동자와 자본가 계급구조 붕괴 요인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한 재미있는 연구이다. 역사적 사례 뿐만 아니라 경제학 이론 모형, 투표 결과에 대한 통계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주장의 논거를 강화하였다. 19세기말 이후 계급구조가 붕괴되면서 소득불평등도도 완화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중후반 이후 경제적 불평등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 저자들은 20세기 중후반의 불평등도 심화는 기술성장이 가속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지, 과거의 노동자-자본가 계급구조가 부활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세대 간 계층이동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20세기, 그리고 아마 21세기 초반의 상황은 분명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계층 이동성이 약화되고 있다. 특히 AI의 발달로 인해 미래의 자본가들은 숙련된 노동자들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는 반대로 더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AI가 숙련 노동자들을 대체하게 된다면 19세기 이전의 계급구조가 다시 부활하게 되는건 아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문제이다.

 

원문:

Galor, Oded, and Omer Moav. “Das human-kapital: A theory of the demise of the class structure.” The Review of Economic Studies 73.1 (2006): 85-117.
(https://academic.oup.com/restud/article-abstract/73/1/85/1594059)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