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 개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도심지역에서 저소득층이 이탈하고 고소득층이 이들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도심지역은 기존에 저소득 집단이 대거 군집을 이루며 살게 되는 형태를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도시경제학에서는 소득분리(income segregation) 현상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때는 저소득층의 집중도가 완화되고 그 대신 고소득층의 유입이 이루어져 소득혼합(income mixing) 현상이 나타난다.
이번에 소개하는 논문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예시로 미국 오레곤 주의 최대도시인 포틀랜드의 사례를 보여주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하여 경제학 모형을 활용하여 설명하였다. 논문의 저자는 유명한 도시경제학자인 오설리반(A. O’Sullivan)이다. 이 전의 논문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을 교육, 소득, 인종 등에서의 변화에 집중하여 설명하였다. 반면 본 연구에서는 범죄에서의 변화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도하게 됨을 보여준다.
- 포틀랜드의 사례
오레곤 주의 포틀랜드 도심지역은 1990~2000년 사이의 젠트리피케이션의 좋은 사례가 된다. 해당 기간의 초기에는 인구조사 표준지역의 절반에서 흑인이 다수 집단(majority)이었다. 반면, 기간이 끝날 무렵에는 인구조사 표준지역 중 어느 곳도 흑인이 다수 집단인 곳이 없었다. 해당 기간 동안 표준지역들은 평균적으로 285명의 흑인이 이탈하고 507명의 비흑인들이 진입하였다. 176명의 빈민들이 이탈하고 빈곤층보다 두 배 이상의 소득을 가지는 사람들이 450명 유입되었다. 반면, 도심지역을 제외한 도시의 나머지 지역에서는 9명의 흑인이 유입되었고 25명의 빈민들이 이탈하였다.
또한, 도심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급속한 주택가격의 상승이 나타났다. 소득과 교육수준도 다른 지역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였다. 반면, 흑인의 비중은 다른 지역에 비해 명백하게 감소하였다. 저자가 눈여겨본 또 다른 특징은 범죄율이었다. 도심지역에서 범죄율이 감소하였고 이로 인해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다. 아래 그림에서는 범죄율 변화에 따라 집단별 인구변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자료: O’sullivan(2005), p.78, Fig. 1
- 모형을 통한 분석
저자는 범죄와 젠트리피케이션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전통적인 도시경제학 모형인 단일도심모형을 활용하였다. 단일도심모형은 노동자들이 도시와 교외 중 어디에 거주하려는지 의사결정에 대한 모형으로 도시와 교외의 핵심적인 차이는 통근에 따른 교통비용이다. 저자는 통근에 따른 한계비효용(marginal disutility of travel)이 소득별로 분포를 가진다고 가정하였다. 또한, 여기에 범죄의 피해로 인한 비용을 범죄율에 따른 기대비용으로 모형에 추가하였다.
모형 분석 결과, 범죄로 인한 피해는 저소득자들보다 고소득자들에게서 높기 때문에 도시 범죄는 도시 인구에서 저소득자들의 구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도시의 범죄발생 감소는 고소득자들의 도시 유입을 견인하게 되어 도심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은 자기강화(self-reinforcing)적인 특성을 가진다. 즉, 저소득층의 인구구성 감소가 범죄율을 더 낮추게 되고, 이로 인해 고소득층의 도심 유입이 증가한다. 그 과정에서 고소득자들이 주로 소비하는 상품의 가격은 하락하고 저소득자들이 주로 소비하는 상품의 가격은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도시 토지에 대해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들보다 높게 가격을 제시함으로 흔히 말하는 ‘스타벅스 효과(Starbucks effect)’가 발생하는 것도 모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 연구의 의의
고소득자들의 교외화와 저소득자들의 도심 집중이 발생하는 소득분리 현상에 반해 젠트리피케이션은 소득계층이 혼재된다. 이러한 현상을 기존에는 토지의 용도 변경 등 도심 재활성화의 결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오설리반의 연구에서는 도심 범죄에 대한 통제가 개선됨에 따라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혹자는 부정적인 현상으로 다루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도심의 슬럼화를 막고 다양한 소득계층이 어우러진 거주공간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도시 재생을 위한 별도의 정부 정책이 아니더라도 적절한 범죄의 통제가 이루어져도 발생할 수 있음을 보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정책적 함의를 가진다.
원문: O’Sullivan, A., Gentrification and crime, Journal of Urban Economics 57 (2005) 73-85. (https://doi.org/10.1016/j.jue.2004.08.004)